지금 생각해도 뒷목이 뜨끈뜨끈 해지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사건이다. 당시에 우린 J&B의 인기프로그램인 블루프로그램 (에세이대회)을 개발중이였다. 우리가 준비 하던 대회 외 고객들이 참여할만한 괜찮은 대회를 찾던 중 저명한 기관에서 주최하는 에세이 대회를 발견했고, 대회 홈페이지 내 요강을 꼼꼼하게 살펴보던 중이였다. 지금까지의 수상작 (winning essays)을 살펴 보던 중 한국 학생의 글이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보았다. 흥미롭게 글을 읽어 가던 중이였다. 뭔가 이상했다. 익숙한 글이였다. ‘이거.. J가 쓴 글 아니야?’ J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회사 J&B Essay Consulting, LLC에서 J, 즉, 나의 사업 파트너이며 ‘에세이’라는 아이템을 사업화 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순수하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참 매력적으로 잘 쓴다. 그의 글이 좋아 내가 에세이로서 사업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그는 순수한 글쟁이다. J의 글은 마치 조미료는 첨가되지 않았지만 뭔가 매력적인 맛이 나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맛의 비결을 물어보고 싶은 그런 독특한 국밥같은 맛이 있다. J의 글이 좋아 돈도 안되는 ‘에세이’라는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을만큼 나는 J의 글을 좋아하고 잘 알고 있다. 이건 분명히 J의 글이였다. J의 글이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 대회 웹사이트에 올라가있고, 그게 어찌 1등 당선작으로 소개가 되어 있고, 작가인 J의 이름이 아닌 어떤 여학생의 이름이 명시 되어 있는지 의문 투성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찾아 봐야했다. 우리가 J&B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초반에는 지금처럼 B2C보단 대부분 B2B의 형태로 업무를 했었다. 어떻게 알고 우리에게 연락을 해온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나름 자식 교육 좀 신경쓴다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미국대학컨설팅 업체, 유학원 등 우리에게 많은 업무를 요청 했었다. ‘그’ 업체 또한 우리에게 매년 여름이면 12학년 학생들 미국 대학 입학 에세이의 작성을 요청 했었다. 말은 ‘번역’ 혹은 ‘교정’과 같이 본인들이 다 쓴 글을 겉핥기식으로 좀 봐달라고 했지만, 매번 가져오는 글은 처음부터 갈아 엎지 않으면 어디 내밀수도 없는 수준이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 J는 글쓰기에 있어서 진심이고 순수하다. 그렇기에 그는 손봐야 하는 글의 수준을 떠나 그 글의 주인이 될 학생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세이를 완전히 갈아 엎었다. 우리에게 일감을 주던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그런 J의 글 스타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업무 스타일)을 좋아했고, 매번 수많은 학생들의 글을 본인이 컨설턴트로서 다듬고 다듬었다면서 가져왔다. (다듬은글 치고는 너무 수준 이하긴 했다) J가 쓴 글은 원글에 비해 너무 수준이 높아졌거나, 거의 다시 쓰다싶이 했던지라 그 컨설턴트가 자신이 수정 및 작성한 것처럼 컨설팅 해야 할 상황이 참 아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좋은 결과물이 탄생 했으면 했기에 완성도는 늘 최상으로 유지했다. 컨설턴트 자신이 글에 대해 최소 10번 이상 학생에게 컨설팅(?)을 해준다기에 우리의 글을 본인의 글 스타일로 어느정도 바꿔 컨설팅 할 것이라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던중 어느날 가져온 한 학생의 글은 입학에세이라고 보기에는 글의 스타일이나 형식이 이상했다. 그 컨설턴트 (컨설턴트라고 칭하고 싶지도 않다. 컨설팅을 하지도 않는데? 그냥 학생의 글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중개인 정도로 칭해야겠다)는 ‘긴 에세이’라며 아주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며 평소와 ‘같은’ 스타일로 ‘수정’해주시면 된다고 했다. 똑똑히 기억하는게, 그 글은 리서치도 필요해서 J가 평소 다른글보다 좀 더 작성 시간을 들였고, 글의 퀄리티 또한 수준 이하여서 더 애를 먹었었다. 우리는 그 글이 common application essay도 아니고, supplemental essays도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optional essay정도로 학생이 입학 원서에 더해 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했고, 그 중개인 또한 여느때와 같이 만족스러워 했다. 그 중개인과 나눴던 이메일, 당시에 특이하다고 생각한 그 ‘긴 에세이’ 수정 요청 이메일을 다시 찾아 보았고, 우리가 갈아 엎어준 그 글을 보낸편지함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얼른 보낸편지함 속 J의 글과 대회 홈페이지 대상 수상작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충격은 더욱 더 커졌다. 정말 토씨하나 틀리지 않았다. J가 마음을 다해서 써 준 글이 쥐도새도 모르게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그 영광은 어느 이름 모를 학생에게 돌아갔다. 아니, 그 학생을 지도한 그 중개인, 아니 그 중개인을 고용한 그 업체에게 영광이 갔겠지. 나는 당장 대회 주최측에 고발 할 생각이였다.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다. 우리의 지적 자산, 아니 정확히 말하면 J의 글이 도둑 맞은 셈이였으니까. 이메일 속 증거자료를 모두 다운로드하고, 주최측에 이메일을 작성했다. 이메일을 보낸 후엔 전화까지 해서 확실하게 이 사태를 알리고 적절한 처벌을 요구 할 생각이였다.이러한 나의 행동에 대해 신중한 성격의 J는 우선 며칠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고 했다. 결국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 바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떠한 조치를 취했을 때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일 것이다. 물론 그 학생 또한 이 사건의 가해자인지, 아님 수혜자인지 모른다. 가해자든 수혜자든 결국엔 대회 입상 취소, 더 나아가 그 대회에서의 수상 경력을 대학 입학 원서에 언급했다면 대학 입학도 취소 될지 모른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한 학생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조용히 넘어 가기로 했다. J는 자신의 글로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그걸로 됐다고 했다. 에세이라는것은 엄연한 지적 재산이다. 대회에 제출 할 것이라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교묘하게 ‘긴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받아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회에 제출하고, 그 글이 입상까지 했을 때 법적 처벌 및 도덕적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는 에세이가 지적 재산인지도 모르는 무지에서 오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학생의 미래를 생각해 넘어가는게 옳다고 판단했다.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사업을 한다면 교육적 사명감 같은게 있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며 자기들이 대단한 컨설팅 하는척 하면서 결국엔 회사 내부에 글 하나 제대로 쓸 사람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회사를 차린 대표조차 에세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에세이를 외주 준다는 것, 참으로 대담한 일이다. 고객을 기만하고 또 기만하고, 이런식으로 억지 결과를 우리를 통해 만든 후 또 다른 눈먼 고객을 유인하여 낚는 경영을 이어가겠지. 그렇다, 한 때 J&B는 외주 업체였다. 글 자체가 좋아서 글을 쓰고 그 글이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게 쓰이는지 잘 모르는 채 글만을 썼기에 에세이가 도난당한건 어찌보면 순진함(?)의 대가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과거나 지금이나 고객을 기만하지도 고객의 정보를 함부로 하지도 않는다. 모든 업체가 이렇다고 할 순 없다. 다만, 나의 경험상 정말 수많은 업체, 특히 한국에 있는 업체들과 과거 업무하면서 느낀점은 에세이가 정말 뭔지도 모르고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더 많은 일화, 더 많은 사건들에 대해 풀어나갈 예정이다. 나는 우리 고객들이, 특히 한국에 있는 고객들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의 이름과 학교명을 전혀 가리지 않은채 외주 업체에게 넘기고, 에세이도 전혀 모르는 사칭 컨설턴트들이 우리 글을 갖고 컨설팅을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본인들이 만들어 냈다고 홍보하는 이런 현실을 잘 기억하고 상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