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주 월요일/금요일 고객상담부와 컨설팅팀의 미팅을 진행한다. 물론 매일 단위로 고객의 프로젝트를 관리 하다보면 컨설팅팀과는 항시 소통을 하고 있는편이지만 그래도 좀 더 큰 그림에서 서로 부서의 개선할 점들을 파악하고자 매주 월/금으로 미팅 일정을 정한게 있었다. 이번 미팅에서 J가 말했다. "We will create another steps in our blue/orange programs" J&B에서 효율성을 맡고 있는 나는 우리의 프로세스가 업데이트(?) 될때마다 J에게 이게 꼭 필요한 절차인지 묻는다. 나는 어떤일을 할 때 효율적인지 아닌지를 많이 따지는 편이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늘어난다는것은 그만큼 수행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간소화 할 수 있다면 간소화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더욱이 에세이라는 것이 솔직히 정신적으로 괴롭고 힘든 노동이기 때문에 고객들로 하여금 이 골칫덩이(?) 에세이를 그래도 빨리 헤치우는것도 중요한 사항이란것을 알기 때문에 사실상 이러한 에세이안에서의 체계가 필요한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J를 포함한 우리 컨설팅팀에서 프로세스에 대한 안건을 냈을 때 최대한 적극 수렴하려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프로세스가 구체화 될 때 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가 에세이를 단순히 서비스로 보지 않고 교육으로 접근 했을 때 점점 우리에게 더 맞는 고객이 우리를 찾아주고, 그러한 고객들과 컨설팅 경험이 너무나 좋고 그것이 고객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짐을 몸소 체험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전 에세이 컨설팅 프로세스는 지금에 비하면 꽤나 단조로웠다. 1회성으로 첨삭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첫 아이디어 미팅 후 바로 글쓰기 파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많은 에피소드에서 이야기 했듯 에세이라는 것이 그저 좋아서 시작했던 비즈니스였기에 우리만의 체계를 확립하기보단 업체와 B2B를 하든, 다른 업체와 글쓰기를 하고 너무 맘에 안들어서 우리에게 문을 두드린 고객들을 위해 Heavy Edit으로 완성본을 전달하든 우리의 글을 제공하는것이 좋았기에 큰 체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땐 나또한 시장의 흐름(?)에 맞춰 에세이를 서비스로 봤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한 에세이에서 만족감을 얻어 가는 고객이 많아질 수록 에세이는 교육이 아닌 서비스가 맞다는 생각으로 굳혔다. 하지만, 우리가 에세이를 서비스로 접근 할 수록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우리 부서의 고충이 점점 커져갔다. 우리의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한(?) 심플하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본 학부모들은 "아이가 마침 각종 캠프 및 인턴쉽 참여로 많이 바쁜데 에세이를 우리가 책임(?)져 주는 프로세스다보니 좋을 것 같다"와 같은 마치 고객은 우리가 에세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해야 되는 다른일에 집중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었으며 프로그램을 상담 할 땐 "J&B"가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가령, 에세이 대회)로 진행하면 된다는 조금은 황당한(?)말을 해주는 고객들이 있었다. 혹은, 아이의 관심분야와 향후 공부하고 싶은 분야 등을 고려하여 어떤 에세이를 쓸지 고민을 해주기 보단 우리가 결과를 젤 많이 낸 프로그램 위주로만 진행하고 싶어했다. 우리 부서 뿐 아니라 컨설팅팀의 고충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학생이 수행해야 할 파트는 거의 수행이 되지 않았고 우리가 어떤식으로든 다 마무리를 하길 바랬다. 더욱이 업체가 학생과의 중간역할을 할 땐 이 업체가 정말 교육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물 이모티콘과 함께 "학생이 너무 어렵다고 한-두 문장밖에 못썼다고 하네요"와 같은 무책임한 말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글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이러한 느낌의 에세이가 되게 해주세요"와 같이 물건 주문하듯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백컨데 이렇게하여 결과가 좋은 경우도 참 많았다.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대회/저널의 상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보람이 하나도 없었고, 학생 스스로도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더욱이, 학생의 Input이 거의 없었기에 학생은 배운것도 없다. 우리는 이런걸 의도해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것이 아닌데 참으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난 J의 글쓰기 실력이 내가 만든 효율적인(?) 체계에 맞춰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악용이 되는 것 같았다. 계속 실망만 하기엔 그래도 우리의 프로세스를 통해 에세이가 재미있어졌다, 에세이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쉽게 쓸 수 있다는것을 배웠다, 내가 원하는글도 쓰고 좋은 결과까지 얻으니 너무 뿌듯하다 등등 우리를 시험이라도 하듯, 마치 더 너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만들어 나가라는 신호인듯 Learning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대로 멈출 순 없었다. 우리가 예전에 회사의 로고를 만들고 심볼을 만들었을 때 우리의 UX Designer인 Eli와의 첫 미팅이 생각난다. 로고 디자인 회의라고 생각하고 만났던 미팅인데 Eli는 우리에게 J&B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문의를 했으면 하는 고객의 Type, 즉 "Persona"에 대해 묘사해보라는 지시를 받은적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Eli는 우리가 생각하는 Ideal한 고객의 Type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그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홈페이지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그래야 그 고객이 정말 우리의 고객이 된다고 했다.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체계를 구체화하고 좀 더 교육적인 색깔을 입혀 업데이트하면 할 수록 우리가 원하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문을 두드린다. Lecture랑 Seminar라는 세션을 추가했을 떄가 그랬다. 에세이 작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Selected Reading Sources를 통해 Socratic Method를 이용한 Debate/Discussion을 하다보니 좀 더 에세이에 진심인 고객이 우리를 많이 찾아줬다. 특히 내 주제를 직접 만들어 Independent Study Paper를 작성하는 저널 프로그램에 고객수가 확실히 증가했는데, 각양각색으로 본인이 원하는 주제를 우리와 함께 선택하는게 참으로 재미있다. 모두가 바쁜 학교 생활, 학업 외 Activities를 하는중에 에세이 또한 (아니 어쩌면 제일) 중요한 Activity로 여기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프로세스를 보면 에세이가 진심이지 않고서야 사실상 수행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빨리 도움 받아서 글 하나 완성하는게 목표인 고객에게 Topic Selection, Lecture, Seminar 등의 과정이 모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을 우리가 학생에 맞춰 리드하면서 준비시켜 주면서 가기 때문에 좋은 부담인것은 안비밀! 간혹 오해하는것이 에세이를 원래 잘쓰는 학생들이 우리에게 와서 좋은 결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좋은 과정, 결과에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얼마나 내 에세이를 쓰고 싶어하는지, 에세이를 얼마나 제대로 배우고 싶냐는 것이다. 쉽게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우리에게 Concord Review를 문의 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아이가 글쓰기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편인데 이렇게 어려운 저널에 도전할 수 있냐고. 또 한번 고백하건데, 우리랑 Concord Review을 준비했던 고객들, 아니, 준비해서 Publish까지 된 고객들을 보면 대부분 평소에 글쓰기를 잘하는 학생들이 아니였고 향후 공부하고자 하는 전공도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분야인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공통 사항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완성하고자 했던 열망이 강했고, 매 스텝 우리의 전문성을 참으로 잘 이용(?)했던 학생들이다. 솔직히 "경영"차원으로만 볼 때 우리의 이전 프로세스가 훨씬 업무량 대비 Profitable하며 더 많은 학생들을 받기도 쉽다. 프로세스를 교육적으로 바꾸고 업데이트 할 수록 컨설팅팀도 우리 고객상담부도 업무량도 업무의 강도도 많아지고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의 만족감도, 고객의 만족감도 훨씬 커진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J와 이 비지니스를 시작할 때 우린 이렇게까지 회사가 커(?)질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우린 매우 작은 회사이고, 업무 특성상 많은 고객을 받을 수도 없는 비즈니스이긴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단골(?) 고객이라는게 생기고, 우리와 최소 2-3년 동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런 의미에선 난 우리 회사가 생각보다 참 많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에세이를 서비스의 영역으로만 보는 업체/고객들 사이에서 에세이는 교육일 때 더 큰 가치가 있다는 뜻을 존중해주는 고객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사실 자체가 대기업 못지 않게 커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