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지적 활동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창의력, 논리성, 꾸준함, 참을성, 실행력 등 꽤나 많은 자질 혹은 기술을 요구한다. 기술의 발전, 사회의 변화와는 무관할 정도로 우리에게 글쓰기라는 행위는 늘 어려웠고 지금도 변함없이 어렵다. 그래서인지 조금 과장하자면 아무도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 글의 종류가 일터에서 요구하는 보고서 이든, 학교에서 내주는 에세이 과제 혹은 대학교 논문이든, 일상생활에서 쓰는 이메일이든, 아무도 스스로 자기의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디지털화된 현시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대기업 및 대다수의 스타트업 회사들은 AI (“인공지능”)에 꽂혀서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죄다 AI 기술 R&D 및 implementation에만 열중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 하에 “인간의 편리성” 혹은 “인류의 대 혁신”이라는 위선적인 문구로 수입 창출에만 몰두해 있는 그들의 속은 반인류적인 이기심을 깨끗히 덮는다. 대중들 역시 그 반인류적인 수입 창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회사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와 응원을 보태어 준다. OpenAI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ChatGPT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보란듯이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과제 혹은 대학입시 에세이에서, 직장인들은 업무에 필요한 이메일 및 보고서에서, 그 외에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짧은 글 조차 쓰기 귀찮거나 싫을 때, 알고리즘으로 풀 장착된 기계덩어리가 우리의 지적 행위를 대신해 주고 있다. 편한 것, 효율적인 것에만 너무 취중 되어 있은 현시대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 효율적이지 않는 건 불필요한 것을 넘어서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까지 어느정도 자리 잡은 거 같다. 거기에 AI에 푹 빠진 회사들이 기름을 붙는다. 흠뻑. 앞서 언급했듯이, 짧은 글을 쓰든 긴 작문이든 글쓰기는 우리에게 꽤 많은 자질과 기술을 요구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간, 열정 등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해 대부분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매우 비효율적인, 굳이 안하면 안할수록 좋은 지적 행위 인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엉터리 단어 몇개를 엉성하게 연결시켜 대강 문자를 보내는 행위로서 글쓰기를 대신하고 있진 않은지. 그것마저 귀찮아 Hey Siri를 찾고 있진 않은지. 지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동물 중에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이라는 우리.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능력. 글쓰기.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 Gutenberg의 typewriter를 통한 책 출판 및 대중들에게 보급. 인류의 문명이 지금 현 위치에 있기까지 책이라는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그리고 가장 지적인 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누군가에 의해 책이 한권, 한권 쓰여지고, 그 책들이 모여 공동 지식을 만들어 낸다. 이 공동 지식을 통해 우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점점 성숙, 발전되어 간다. 이 모든 것의 시작 그리고 중심에는 글쓰기가 있다. 아주 인간적인 지적 행위. 인간을 위해,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이면서 가치 있는 행위. 왜 이러한 가치 있는 행위를 기계 덩어리 따위에게 양도 할려고 할까?